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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 올해의 작가상 2021 후기

보이저2호 2021. 12. 5. 23:13
2021. 12. 05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들


최근들어 미술관을 많이 다니게됐다.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전시회의 예술품들을 관람하는 것이 썩 즐겁다. '너를 위한 문화예술' 이라는 유튜브 채널에도 관심을 갖게됐는데, 두명의 아나운서도 미인이지만 내용이 재밌다. 매월 볼만한 전시를 소개하는 컨텐츠가 있는데, 12월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1'과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가 같이 소개되었다. 군시절 '이상 문학상' 이라는 매년 나오는 수상작 묶음집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은 적이 있는데, 이런식으로 매년 수상작을 묶은 형태의 예술품은 내 기호에 맞는다.

마침 인왕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던터라 경복궁 인근의 국립현대미술관 관람은 마침 잘됐다 싶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정문. 경복궁의 바로 오른편에 붙어있다. 외부가 오히려 학교풍의 소박한 느낌이지만 내부는 예술의전당의 내부 만큼이나 멋있고 세련되다. 겉과 내부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데, 외부를 더 멋있게 한다면 더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 같다.


표가 정갈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동안 관람료가 무료였다가, 12월 1일부터 4,000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CJ ONE 회원이기만 하면 참여가능한 할인 이벤트를 통해 절반가로 관람할 수 있다. 할인 받지 않더라도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더군다나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시에 여러개의 전시회가 열리고 별도의 기획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람 가능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자주 들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표 부스 앞에서 온라인 사전예약을 한뒤에 매표가 가능한 점은 참고가 필요하다.

전시회 입구 부스 배치도. 나는 2번 전시관 안쪽의 방정아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다. 그냥 깜빡했다.



아래 내가 관람한 작가의 전시를 관람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김상진 - 비디오 게임 속 램프는 진짜 전기를 소비한다]

로파이 마니페스토_클라우드 플레스 -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우리네 현실을 시각화한 작업이라고 한다.


이 작가 전시의 중요 포인트는 일레트로닉풍의 BGM이다. 각 작품들이 전시부스의 물리적 공간을 채우고 있다면, 신비로운듯한 BGM은 이 공간의 바이브를 채운다. 소리가 전시의 주요 요소가 될 수있음을 느꼈다. 각각의 작품들이 매우 흥미로웠지만 그다지 느낀 바가 대단하지는 않다.

크로마키 그린 - 자연을 나타내는 초록색과 현대에 크로마키 색상으로서의 초록생의 이중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눈동자를 배경화면으로하는 각 2개의 디지털 시계로 이뤄진 2쌍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다가가서 자세히보니 갤럭시워치3 모델로 보인다. 동그란 갤럭시 워치가 눈을 표현하는데 더 적합했을 것이고, 작품의 단가적인 측면에서도 갤럭시인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오민 - 헤테로포니]

하나의 대상을 여러대의 카메라가 비추고 있다. 구도만 다른 것이 아니라 대상을 찍고 있는 시간도 조금씩 다르다.
별다른 BGM이 없이 부스럭 거리는 듯한 영상의 소리가 더 숨죽여서 대상을 지켜보도록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헤테로포니는 하나의 선율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주할 때 연주자마다의 선율이 한 데 공존하는 상태를 말하는 음악 용어라고 한다. 하나의 인물을 각각의 시선과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오묘한 기분을 주었다. 나는 요즘의 영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멀티 유니버스 개념이 떠올랐다. 구도만 제각기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도 조금씩 어긋난 채로 대상을 보였주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다. 각 화면에서의 인물의 움직임도 조금 다른 것 같아, 여러번 비슷하게 촬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눈 앞에 보이는 세개의 화면의 서로 다른 구도와 시점 때문에 나는 마치 유체이탈 상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내 자신을 누군가가 이런 다각도의 시각에서 바라볼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대단한 기법과 독창성이 들어간 작품이 아님에도, 인간으로서 처음 경험하는 감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신비로웠다.

화면 앞에 앉아 한동안 작품을 감상했는데, 먼저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내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최찬숙 - 큐빗 투 아담]


이 작가의 작품은 2개의 영상물이 번갈아가며 재생되는 전시이다. 오후 6시까지인 관림시간을 의식해서 재촉해서 이 작품을 관람해야 했는데, 제법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나열되어서 이해해보고 싶은 오기로 한동안 이 작품을 관람했다. 총 2개의 이야기 중 내가 감상한 영상은 'qbit to adam' 이다. 자신의 몸을 자각하게된 인간이, 토지 소유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땅과 전파를 통해 우주로 나간다는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작가는 매개체로 구리를 이야기한다. 인과와 개연성이 이성적으로는 터무니 없지만 그럴듯하게 계속 연결되는 이야기가 대단히 시사하는 바가 큰 것처럼 느끼게한다. 아무리 이상한 얘기일지언정 화자로 하여금 확신을 품고 있으면 꽤 멋있게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논문이나 정보를 담고 있는 영상이 아니기에, 관람하는 이가 이러저러 생각을 하게 된다면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가 아닐까.

오민 작가의 '헤테로포니'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여러개의 스크린이 같은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하나의 큰 스크린이 아닌 분절된 여러개의 스크린은 관람에 있어 입체감을 불어 넣는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나는 2전시관의 방정아 작가의 '흐물흐물'을 관람하지 못했다. 각 번호가 매겨진 전시관 하나에 전시 하나만 있을 것로 착각했기 때문인데 다시 찾아가 관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

오후 6시까지인 관람시간을 고려해서 서둘러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1' 전시를 이어 봤는데 아쉽게도 내 취향에는 그리 맞지 않았다. 몸이 피곤해서 작품의 숨은 의미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 같다. 몇개 작품을 찍은 사진을 올린다.



빈백에 앉은 커플이 아주 좋아 보인다. 몸도 편해보이거니와 마음도 편했을 것 같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몸이 피곤해 자세히 들여보지 못했다.
신비로운 영상
도서관의 복도를 연상시키는 조형물, 자세히보면 코딩언어 같은 말이 나열되어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의 테라로사 커피


국립현대미술관 내부에는 테라로사 커피라는 멋있는 카페가 있다. 값이 저렴하지 않고 미술관 개장 시간에 맞춰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데, 혼자 앉을 수 있는 멋진 좌석을 발견하고 잠시나마 지나칠수 없었다. 커피는 꽤나 씁쓸해서 설탕을 넣어 먹었을 때 내취향에 꼭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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