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부 열상(이마 상처) 경험
2022.01.25(화) 밤 10시경
상처를 당했다. 오른쪽 이마부위에 4cm 가량. 어쩐지 가기 싫었던 회식으로 거하게 취해 있었고,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넘어진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다보니 중심을 잃었고 넘어졌는데 머리를 꽝했다. 머리가 원래 어지러웠는데 흘러내리는 피때문에 오른쪽 이마가 뜨끈해진 것이 느껴졌다. 흘러내리는 피때문에 무척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여차저차 집에 와서는 상처를 보고 상처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만져지는 부위가 물컹하고 지금까지 상처로 경험해본 적이 없는 느낌이었다. 내 상식으로 상처를 깨끗이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흐르는 물로 상처를 씻었다. 그러고나서는 파란색 후시딘을 발랐다. 파란색 후시딘은 내가 평소 애용하는 제품인데, 주황색 후시딘과는 달리 겔 타입의 후시딘이여서 발라도 기름지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기름진 연고가 상처 봉합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행이었다. 파란색 후시딘을 낙낙하게 바르고는 상처가 마르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으로 대일밴드를 덕지덕지 붙였다. 붙이고도 진물이 계속 흐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2022.01.26(수) 오전 9시
전날 숙취와 생각보다 심하게 다쳤다는 생각과 복잡한 마음까지 더해져 나는 정신이 없었다. 상처 치료를 위해 외과 아니면 피부과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스쳤고, 외과 치료를 통해서는 얼굴 부위 흉터에 맞는 세밀한 봉합 치료가 어렵다는 말이 기억났다. 첫번째 피부과를 갔는데 봉합수술은 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두번재 피부과에서는 봉합 치료를 하기는 하지만 그런 큰 상처는 성형외과에 가야한다며 근처 성형외과를 소개해주었다. 그제서야 이런 상처는 피부과가 아니라 성형외과였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소개받은 성형외과의 오픈시간은 10시였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성형외과로 향했다.
다행히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모든 성형외과에서 열상 부위에 대한 봉합수술을 흔쾌히 받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돈이되지 않는 치료일 뿐이거니와 미용 성형 수술 일정이 빽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사는 상처를 보고 의식을 잃지는 않았냐고 했다. 그리고 눈이 잘보이는 지를 체크했다. 흉터는 심하게 남을 것이라 했다. 표피 아래에 있는 진피 이상의 상처는 흉터가 생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는 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더 단호하게 들렸고 더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누워서 부분 마취를 하고 봉합 수술을 했다. 의사는 상처가 매우 깊고 뼈까지 닿았기 때문에 근육부터 함께 꼬맸다고 했다. 근육부터 꼬매지 않으면 나중에 그 부위가 움푹 파일수 있다고 한다. 물컹하게 만져졌던 부분도 다름아닌 이마 근육이었다. 15 바늘이라고 했는데, 다 꿰맨 모습에 흉터가 남기는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능한한 촘촘하게 꿰매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의사가 알아서 잘 해주었겠지 생각했다.
봉합 부위에는 메디폼을 드레싱 했다. 습윤 드레싱에는 크게 스펀지와 같은 메디폼 방식과, 흡사 돼지껍질과 같은 듀오덤 방식이 있다. 상처 초기에 진물이 많을 때에는 메디폼이 적합하다고 한다. 이후로 4일간 매일 성형외과를 방문했는데, 3일차까지는 메디폼을 드레싱 했다. 메디폼 드레싱 위로 이마에 붕대를 감았다. 상처 부위가 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부종은 상처 회복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2022.01.29(토) 오전
보통 얼굴 부위 봉합 상처는 3~5일 만에 실밥을 푼다고 한다. 얼굴은 혈류가 풍부하여 상처 치료가 다른 부위에 비해 빠른편인데, 실밥을 방치하면 실밥에 의한 흉터가 생길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는 설 연휴를 앞둔 4일차 상처치료에도 실밥을 풀지 못했다. 그만큼 상처가 깊었다는 얘기인데 진물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2022.02.03(목) 오전
봉합 수술을 받은지 일주일이 넘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2일마다 교체한 듀오덤 드레싱에는 진물이 가득했다. 진물에 듀오덤이 하얗게 부풀어 오르는 것은 정상인 반응인데, 매일 갈아주는 것은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상처치료에 도움이 되는 물질이 제거되고 건조해져 상처 치료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경우에는 하얗게 부푼 부위가 너무 많아, 딱 보기에도 실밥을 풀어도 되는가 의심이 들었다. 역시 의사도 이틀을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지금
아직 실밥을 풀지 않았고, 얼마나 흉터가 생길지 알수가 없다. 흉터 치료 시작시기는 성형외과 전문의 마다 다른데, 흉터 완성 시기인 약 6개월~1년후부터 흉터 제거 시술이 시작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듯 했다. 빠른 곳은 봉합수술 후 상처가 아문 직후의 시기가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나는 우선 실밥을 다 풀고 생각하고자 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름 초기 대처가 괜찮았다는 점이다. 통상 24시간 이내에 봉합수술이 가능한데, 급하게 응급실에 가서 봉합수술을 받으면,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처치 받을 확률이 낮다. 그래서 아주 심하지 않다면 상처 세척후 습윤한 환경을 유지한채 다음날 오전에 성형외과 방문이 권장된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불행과 다행이 함께한 셈이다. 너무 힘들지 않게 이 경험이 지나가면 좋겠고, 술에 스스로 제한을 가해야겠다. 끝으로 오늘까지 과정에 큰 도움이 된 동생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