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미술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취미이다. 최근 인스타 등을 통해 종종 봐왔던 현대차시리즈 최우람 - 작은 방주 전시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장 시간을 연장한다. 평소 관람시간이 오후 6시여서 다소 서둘렀던 기억이 있는데, 덕분에 느긋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MMCA 안에 있는 카페인 테라로사의 이용 가능 시간도 전시관의 관람 가능 시간과 동일하다. 게다가 더욱 좋았던 점은 6시 이후 야간개장 입장객 들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했다. MMCA의 관람료는 보통 5천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공짜인 편이 아무렴 더 좋다.
[하나]. 펼쳐졌다 오므려들었다를 반복하는 흰 꽃은 코로나 방호복과 같은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최우람 작가의 조형물은 세련됨이 있다. 자칫 조잡할 수 있는 소재와 조형물의 움직임인데 세련됨과 화려함이 동시에 있다.
[작은 방주]. 전시의 제목에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그런만큼 규모가 가장크다. 두명의 선장, 가운데에는 등대가 있다. 도슨트 설명에 따르면 등대는 배의 항해를 밝혀주기 위한 것으로서 본래 배 위가 아닌 땅 위에 지어져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배 위에 있는 것이 특징이라 했다. 어렵지 않게 짐작 가능한 것이지만 이 작품은 혼돈의 세상 속에 길을 찾아 해메는 것을 상징한다. 이를 잘 보여주듯 방주의 앞쪽에는 끊임없는 문들이 나타나는 [출구]라는 영상 작품이 놓여져있다. 배의 몸통을 이루는 날개와 같이 생긴 한부분 한부분 들은 각각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움직임이 연출되는데 제법 장관이다.
멋있는데 다소 지루하기도 하다. 그래도 진득이 끝까지 보고 싶었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떴다.
[작은 방주]. 가운데 부분의 등대. 등대의 전조등은 앞뒤로 한쌍으로 되어있다. 움직임이 연출되는 도중에 옆으로 나란히 놓여 사람의 눈처럼 형상화 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두눈이 나를 응시하게 될때면 괜히 잘못한게 없나 돌이키게 된다.
[출구]. 문을 여고나오면 문이 계속 나온다. 서로 다른 문을 계속해서 지나치며 끝도 없이 반복된다. 인생을 잘 표현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무한 공간]. 배의 뒤쪽에 한쌍의 작품이 놓여있다. 상당히 세련된 작품이라고 느꼈다. 멋있고 환상적인 느낌이다. 모터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는 설명되지는 않았는데 아무쪼록 증폭된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위기속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진짜 잘 형상화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모터를 형상화하고, [작은 방주] 앞쪽 의 끝없는 [출구]를 지나쳐온 끝도 없는 발자취를 의미 했다고 하면 더 멋있고 어울리지 않을까
[닻]. 닻이 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전시되었다. 배의 부속품이지만 배의 몸체에서 분리되어 놓여있고 보니 마치 몸체처럼 느껴졌다. [천사]. 본래 배 앞쪽에 달린 조형물을 따로 떨어트려 놓은 것인데, 천사의 어깨가 너무 축 쳐져있다. 게다가 세개의 조명에 따라 드리운 그림자까지 천사에 어울리지 않는 고단함이 잘 느껴진다. 끝없는 고난과 여정 속에 종종 힘이 빠지는 나 자신 혹은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았다.
옆 전시실에는 다른 바이브의 작품들이 나온다. [작은 방주] 전시실에서는 방주와 방주 부속품들이 전체를 이룬다면, 다음 전시실에서는 이쁜 조형물이 각각 전시된 느낌이다.
[샤크라 램프]. 움직이는 조형물이다. 매우 화려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나에게도 매혹적이지만 과거 여왕이나 공주님들이 보면 매혹되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바로 위 [차크라 램프]가 전시된 공간 오른쪽 숨겨진 구석에 위치해 있는데, 많은 관람객들이 이 작품이 있는지 조차 모른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정도다. 도시의 숨겨진 틈새에서 탄생한 생명체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작품이 놓인 위치가 너무 인상적이여서 한동안 구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인]. 귀여운 작품이다. 마치 비상구 경고등 처럼 놓여 있어, 지나치기가 쉽다. 나역시 도슨트 안내를 보기 전에는 모르고 지나칠 뻔했는데. 분위기 좋은 카페에 놓여도 귀여워 보일 작품 같다.
[빨강]. 전시실 앞쪽의 흰 꽃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전시이다. 색감이 강렬하다. 붉은 꽃은 도대 신화에서 땅에 흘린 신의 피에서 자라는 새로운 생명을 의미했다고 한다. 여러 빨간색 중에서도 이 작품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빨간색을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꽃의 작품이름은 [하나]이고, 빨간 꽃은 [빨강]이다. [하나]가 코로나 위기 속의 희망을 표현했다고 하니, [빨강]이 먼저 만들어진 작품이고 이후에 전시의 수미상관을 이루고자 [하나]를 고안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 들었다. 전시에 수미상관이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련되고 인상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URC-1], [URC-2]. 현대차시리즈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자동차 전조등 및 후미등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에 쓰인 전조등과 후미등은 시장에 나올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폐기된 자동차에서 가져온 것들이라고 하는 점이 인상적이였다. 조명들이 반짝이며 별과 같이 이쁜 형상을 하고 있다.
[URC-1], [URC-2]. 의 뜻은 최우람 작가 이름의 이니셜을 이용해 'U-Ram Catalog'의 약자를 쓴 것이라고 하는데, 최우람 작가에게는 현대차시리즈 전시로서 일종의 숙제를 하기 위한 작품이여서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은 다른 작품에 비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제로서 만들어진 작품인 것 치고는 굉장히 이쁘고 충분히 인상적이다. 어떻게든 숙제도 이렇게 예술적으로 해낸 작가가 과연 예술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원탁]. 가장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이 작품 위에는 세마리의 [검은 새]가 놓여있다. 많은 관람들이 이 전시를 보고왔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한 작품으로 내거는 작품이기에 나는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다소 간략하게 하고 싶다.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남겼는데, 일상이 꽤 바쁜점과 카카오톡 오류 사태로 블로그 방문자 수가 급감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3일정도 접속이 안되는 사이트였다고 바로 검색 시 후순위로 노출되어 아직도 이 전 조회수의 절반도 못미치는 것을 보며 구글 시스템의 기민함에 놀라는 한편, 이참에 한창 주간일기 챌린지로 핫한 네이버 블로그로 넘어가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의 각오는 들지 않았다. 요즘들어 티스토리 블로그에 아쉬운 점은 네이버블로그에서 처럼 비밀 댓글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한동안 내 인스타 소개에 내 블로그 주소를 올려 놓았는데, 비밀 댓글 쓰기가 가능했다면 몇몇은 댓글을 남겼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