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해외

2025 오사카 마라톤 후기

보이저2호 2025. 3. 13. 22:27


신청은 했지만 (돈이 많이 드니까) 탈락하기를 내심 바라며 신청한 오사카 마라톤에 엉겁겹에 당첨이 돼서 다녀왔다. 근데 이번엔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내 주변은 꽤 많이 당첨이 됐더라.

아무쪼록 대충 비행기랑 숙소만 예약해두고 챗gpt만 믿고 떠나게된다. 다행히 간사이 레일패스로 박람회장이 있는 역(코스모스퀘어역)까지 이동이 되어서 별 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에선 생소한 사전 엑스포라 혼란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부터도 방향 팻말든 안내원이 나와있는가 하면 그다지 어려울 일은 없다. 다만 돈을 무척 쓰게 된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다.

마라톤 참가비만 벌써 20만원이기 때문에 별다른 추가 지출은 하지 않으리라 은연중에 다짐했는데 bib 수령후에 이어지는 한정판 굿즈 앞에 눈이 돌아 버린다.


왜냐면 기본 참가비만 내고서는 티도 한장 주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달리면서 기념할만한 무언갈 남겨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게 되는것 같다. 가족들에게 줄 티셔츠니 머니 하다보니 엑스포장에서 30만원도 넘게 쓰고 나오는 문제가 생겨 버렸다. 충격적이지만 평소 자제력이 높은 나 기준으로도 돈을 마구 써버릴 상황이 조성되는거 보니 한국에서도 어서 도입해서 수익화 하는게 좋겠다 싶었다.

마라톤 당일이 되고 보니 나처럼 당장이라도 달려도 좋다 싶을 정도로 우비에 풀세트 장착까지 요란하게 지하철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더라. 처음 지하철 타고 또 나와 같은 마라토너는 나밖에 없는가보다 약간 우쭐하다가 사람들 신발이 죄다 러닝화인걸 보고 움츠러 들었다. 일본 러너들은 다소 차분하고 대체로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 인듯하다.


옷도 달리기 전까지 너무나도 차분한 일상복인가 하면, 신발도 대부분 트레이너 화에 서브4 정도만 되면 죄다 카본 레이싱화인 한국과 대조되는 듯했다. 그리고 누가봐도 눈까지 오고 오들오들 떨만한 날씨에 한국이였으면 어지간하면 싱글렛을 입었을 텐데 대부분 긴팔 또는 반팔에 팔토시 차림인거 보고 역시 무난하다 싶었다.

 


나도 막판에 체념하고 반팔로 갈아 준비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포에서 정체모른 팔찌를 주는데 뭔가 나눠주는 스태프 말이 대회때 착용하란것 같았지만 설마 지금채워주는 팔찌를 이틀뒤 대회때 차란 말인가 싶었는데 제대로 알아들은 거더라. 나빼고 대회장에 거의다 찬거 같길래 또 뭔가 잘못했나 싶어서 신경이 곤두섰으나 별 문제는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위급시 정보 등이 담긴 보안팔찌인 듯 했다.

주로는 생각보다 병목 현상이 심하다. 초반 5km까지 중간중간 부비트랩 마냥 꼬깔콘들이 나오는데 나도 시작한지 얼마안되어 부딪힐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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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는 행인을 위한 가변 주로도 그렇고 조용한듯 질서있는 응원 분위기도 그렇고 확실히 요란 보다는 정갈한 일본 마라톤 분위기 인듯 싶었다. 한국 같았으면 마이크들고 경쟁적으로 나서는 크루 응원단이 길을 매웠을텐데 응원 분위기가 제법 조용하다. 한국 러닝 문화가 다소 낮은것 같이 말했지만 확실히 한국인들이 더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적이다(요란하긴 하긴 하지만)

달리다가 막바지 급수대에서 한 어린 여성 봉사자가 ’대한민국 화이팅’ 외쳤는데 그게 내 귀에 쏙 들어와서 고개를 돌려 눈마주치고 화이팅 외쳤던게 인상에 남는다. 어떻게 알아봤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도 아니고 대한민국이라 해준게 고마웠다.

막판까지 깔끔한 운영의 오사카 마라톤이였지만 대회 끝나고 물품 보관소의 물건 찾는건 너무도 고난이였다. 완주자들로 가득찬 좁은 경기장 입구에 선채로 거의 1시간은 갑갑하게 있었는데 한국이였으면 사람들 흥분하고 난리도 아니었을거 같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더 달리면 달렸지 풀코스 완주자들을 이렇게 세워두는건 너무 고행이다 싶었는데, 물건 다 찾고 만난 지인 러너도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

난 너무 열심히 달리느라 뷔페를 하나도 안먹다 싶이 했는데(과자만 하나 주워 먹었다) 기록을 아예 신경 안쓰면 몰라도 먹는게 가능한가 싶었다. 이것저것 먹다보면 혈액도 위로 쏠리고 대자연 이슈도 생길수 있는데 이런거 보면 펀런 동반주에 적합한 대회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생각보다 뷔페가 화려하진 않더라. 초밥도 종류별로 있을줄 알았는데 유부초밥 정도만 보였고 빵도 목이 너무 막힐것 같은 종류 들이 많이 보였다.

 

 

후일이지만 이 오사카 마라톤을 너무 재밌게 다녀와서, 엊그제 서울동아마라톤은 사실 그저그랬다. 오사카 마라톤 때는 기록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달렸던 시간들이 너무 낭만적으로 기억이 남는다. 이에 비하면 동아마라톤은 오직 기록만 생각하면서 죽을똥살똥 달려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기록 단축도 심지어 실패했다ㅋㅋ). 

오롯한 마라토너로서 세계 곳곳의 마라톤을 참가하는 건 나의 로망이 되었다. 지금은 일본만 가지만 언젠가는 세계 여러곳의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다. 그러면 너무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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