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 한 개인으로서 육체적인 능력이 강하지 않기에 서로 무리지어 협동하도록 진화되었고, 그 역사는 수십만년에 이른다. 혼자가 되면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외로움을 느끼고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 외로운 상황을 벗어나게끔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 나와같은 1인가구가 늘었다. 그리고 '자존감 부족'과 같은 여러 말들이 혼자 살아가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나약한 사람처럼 내몬다. 외로워하는 것을 나약한 것처럼 여기도록 해서 나처럼 외로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한다.
나는 혼자 산지가 어언 8년이 넘었다. 늘 외로웠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같이 솔직히 진짜 좀 외로운 지금 시기에는 혼자산다는 것이 버겁다. 혼자 산다는 것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1. 고민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실제로 크든 작든 당사자들은 항상 고민이 많다. 일상적으로 생각을 공유하고 타인에게 피드백을 거쳐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한다. 고민이 많은 때라도 누군가에게 털어놓다 보면, 해결이 되지 않고서도 속이 시원한 경우가 많이있다. 혼자사는 사람이라면 편하게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에 혼자만의 머리속에서 같은 생각을 여러번 굴린다. 원래부터 답이 없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거나, 나한테 결정권이 없는 일인데도 불필요한 생각 소모가 크다. 전화라는 방법이 있지만, 이것도 한두번이지 사소한 고민에도 다른이에게 쪼르르 전화를 거는 모습이 스스로 나약하게 느끼게 한다.
2. 일상적인 외로움이 있다.
회사 동기 누나와 이야기하다가,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들과 같이 사람과 연애를 할때 각자의 외로움의 밸런스가 맞지 않더라는 얘기를 했다.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갔을때, 아니면 상대방을 만나지 않았을때 누군가는 일상 및 대화를 함께할 대상이 있고 다른 누구는 그렇지 않다. 이때 혼자사는 사람은 약자가 된다. 혼자여서 마땅히 그 상대방에 대한 생각 외에는 주의를 환기(distracting)할 만한 요소가 적다. 그럼 그 사람은 이미 가족과 함께있어 외롭지 않은 상대방에 목을 매게되고 상대방은 왜 내게 더 집중해주지 않느냐고 원망하는 마음이 들수있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거나 취미 생활을 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필연적으로 상대방에게 더 목을 매는 일방은 상대에게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이고 외로움은 더 커진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애초에 모래주머니를 차고있는 셈이다.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애써 여유로워 보이도록 노력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3. 외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
혼자사는 사람이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몇가지 방법은 있다.
- 친구를 많이 만난다: 자주 만나 같은 고민을 할수 있는 시기인 학생시기를 제외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친구들의 이해와 관심사는 너무 다르다. 연봉도 다르고 각자 처한 상황도 다르다. 상대방과 내인생을 비교하게 된다. 이 자체가 고통이다. 상대방 인생이 내 인생보다 낫기를 진심으로 바랄수는 없는데, 친구와 잦은 만남을 갖다보면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그 친구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삶을 살게 되는 듯하다.
- 회사사람을 많이 만난다: 자멸행위이다.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데, 투자에 분산투자가 있듯이 내가 가진 에너지와 시간에도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회사사람을 '회사사람'으로 한정 짓는 것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사람이 친구의 영역으로 얼마든지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고 심지어는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사람과의 만남을 너무 많이 늘리는 것은 삶을 너무 회사에만 매몰되게 한다. 되도록이면 근무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교류하는게 좋겠다. 내가 사장이고,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다를 수는 있을것 같다.
- 연애에 목을 맨다: 당연한 얘기지만 누군가가 좋아서가 아닌 외로워서 하는 연애는 이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압도적으로 매력이 높아서 자신이 원하는 대상과 얼마든지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내가 원하는 대상 혹은 적당한 대상, 아니 나쁘지 않은 대상 만이라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기는 꽤 어려운 것 같다. 이 상황을 타파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시도와 실패의 반복, 자신감 하락으로 외로움의 굴레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이유로 성공 확률보다는 실패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한가지 이유만 꼽더라도 괜찮은 사람은 이미 연애중일 확률이 높다. 이미 좋은 연애관계를 갖고 있다면 행운이다.
-취미나 일에 집중한다: 아무리 집중해도 취미나 일을 하고 있지 않을때는 외로움을 느끼겠더라. 취미나 일에 집중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취미는 돈이 꽤 드는 경우 많고, 일에 필요이상으로 집중하다보면 심신이 상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봤는데, 물론 위 사항들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외로움을 달래는게 좋겠다. 그래도 노력이 들어가야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나는 가족들에 대한 좋은 감정과 기억 및 경험을 갖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좋은 감정, 기억, 경험은 혼자 사는 내게 결핍을 느끼도록 한다. 적고보니 내 외로움에는 이유가 있다. 자존감이 낮거나, 유난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게 아니라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없다. 좀더 명량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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