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25일 나는 우측 이마 상단에 안면부 열상을 당했다. 15바늘을 꿰맸고,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흉터치료를 위해 많은 애를 썼고 그 기록을 글로 써서 남긴다.

상처가 난지 3주가량 되었을 때의 모습이다. 상처 났을 때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지금보니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은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상처가 깊어 일반적인 열상 부위의 드레싱을 제거하는 때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직 부분적으로는 진물이 나오기도 하는 모습이다. 나는 흉터 치료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았고(https://jumpx2.tistory.com/38), 서울역 인근의 나음피부과에서 치료 받기로 결정했다.


나음 피부과 첫 진료에서, 원장 선생님은 처음에 상처 부위가 다행히 편평한 곳이여서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웃어보이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흉터는 겉보기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도 비슷한 크기의 상처가 생기는 느낌인데, 환자를 안심 시키는 나음피부과 원장님은 바로 이부분도 같이 치료해주는 듯 했다.

치료는 약간 따끔한 편이다. 레이저와 일부 주사 요법이 동반되는데, 치료 초반에는 꽤 아프다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고통의 크기가 아주 세지 않고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참 후에 다른 병원에서 수염 제모를 시작했는데, 수염 제모 레이저 시술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치료 받기전에는 마취크림을 30분여 도포하고 기다려야 한다.

레이저 치료는 총8회에 걸쳐 진행됐다. 치료 초반 4회까지는 매월 치료 받았다. 이후 4회는 2개월 마다 진행되어 총 12개월여 기간동안 치료가 진행됐다. 치료 비용은 회당 20만원 가량이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은 아니었으나, 상처를 봤을때 도저히 치료를 망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추후에 실비 보험 청구에 기대를 걸어볼 생각이기도 했다. 흉터 치료는 국민 의료보험 청구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부가세법상 과세대상 치료는 아니다. 약간 회색 지대 성격의 치료로 볼 수 있는데, 흉터의 심각성과 그로인한 피해 정도가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아니었다.

흉터 치료가 진행되는 기간 내내, 나는 살색테이프로 흉터를 가리고 다녔다. 두가지 목적이었는데, 첫번째는 흉터를 가리기 위함이다. 아직 드러내도 괜찮을 정도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의 준비가 되질 않았다. 두번째는 자외선 차단의 목적이였다. 흉터 치료의 기본은 자외선 차단이기 때문이다. 나음피부과 원장님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길 권유하셨지만, 난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나중에는 살색테이프 위로 오일리한 로션을 발라 피부색과 거의 같도록 보이게 하는 요령이 생기기도 했다.

난 치료와 별개로 하나로겔을 꾸준히 발랐다(https://jumpx2.tistory.com/38). 현재까지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도포하고 있는데, 실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니기에 플라시보 효과용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시도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흉터 치료를 모두 마친 뒤, 현재의 흉터 모습을 찍었다. 제법 멀리서 보면 흉터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살색 테이프를 붙였을 때 보다 그대로 두었을 때 눈에 띄는 정도가 더 적다고 생각되어 테이프를 더이상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대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더마틱스 스카+ 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도 아직 신경쓰여 앞머리로 살짝 가리고 있기도 하다. 하나로겔을 도포하며 상처부위를 만져보면 아직 봉합부위를 따라 도드라진 부분이 있긴하다. 그리고 피부 표면에 잔주름이 자리잡지 않아 아직 어느정도 반짝이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은 주변에 비해 흰 피부색이다. 원장 선생님은 치료 중단에 앞서, 흉터를 그대로 두어도 지속적으로 좋아질 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흉터 치료를 마치고 원장 선생님은 피부색을 포함해 흉터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정말 수고 많으셨다고 했다. 흉터 치료 시술을 받는 자체에 대단한 시간과 노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흉터에 전전긍긍했던 순간들과 그럼에도 자신을 다독였던 순간들이 떠올라 조금 북받치는 기분이 들었다.

흉터 치료가 종료되기까지 계속 미루고 있던 일이 있다. 바로 실손의료 보험비 청구다. 앞서 언급했다 싶이, 흉터 치료는 국민의료 보험 청구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보험사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는 약관에 따라 미용목적 의료 행위로서, 보험비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심사한다. 이는 환자들이 꼭 싶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부분인데, 열상에 의한 흉터 치료를 주름 제거 시술이나 기타 피부 레이저 시술과 동일시 하여 미용 목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전혀 타당치 않다. 특히 안면부위 흉터의 경우에는, 흉터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불이익에 따라 치료 받을지말지에 관한 선택 사항이 거의 없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 H사와 D사 두곳에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H사의 경우 별다른 논쟁없이 보험비를 지급한 반면 D사는 한차례 이의제기 끝에 보험비를 받을 수 있었다. 흉터시술 치료를 보험비 미지급 대상으로 심사한 것에 대해 서면 자료 발급을 요청하자, D사는 미용목적이 아님을 보일 수 있는 소견서 제출을 추가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줬다. 이에 내 치료 내용에 관한 소견서를 다시 제출한 끝에, 제대로된 보험비를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실손 의료 보험비를 모두 받고보니, 봉합수술 및 흉터치료 수술에 들어간 비용 거의 대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치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내 경우에는 상처 회복하며 얻은 의외의 소득도 매우 크다. 다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었을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 매우 낙담이 크고 슬펐는데, 그래도 잘이겨낸 것 같아 스스로 대견한 부분도 있다. 끝으로, 흉터가 낫기를 함께 바랐던 가족들, 흉터를 보살펴 주신 나음피부과 원장님과 상처를 잘 봉합해주신 아름다운성형외과 원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생각 > 잡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GPT 시대의 광고 시장 변화 (0) | 2025.04.24 |
---|---|
플릿러너 슈피팅 후기 (0) | 2023.06.27 |
G604 맥북 연결하기 (0) | 2023.01.28 |
혼자 산다는 것 (0) | 2022.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