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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국내

이안쳉:세계건설 & 아트스펙트럼2022 - 리움미술관

by 보이저2호 2022. 4. 8.


다시 리움미술관을 찾았다. 회사 휴무일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에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빈 예매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리움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현재 진행중인 기획전은 이안쳉:세계건설 전시와 아트스펙트럼2022를 묶어하는 전시이다. 미국 작가 이안 쳉의 전시는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먼저 이안쳉의 전시.

사절 3부작 중 1부작. 가상세계의 AI들이 화산섬 주변에서 살아간다. 잔뜩 의미 부여를 해놨지만 잘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히려 잘 만든 게임이 더 많은 철학을 담고 있지 않을까? 작품이 담고있는 철학의 우수성과 이해하기 힘듦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절 2부작. 시바견이 귀엽다. 여전히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 뒤에 뱀의 형상을 한 인공 생명체인 BOB에 관한 전시물도 있었는데, 특별히 여타 디지털 인터렉션에 비해 특별함을 느끼진 못하겠더라.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디지털 인터렉션이 재미와 흥미 위주라면, 이안쳉의 작품들은 좀더 심오함과 철학성을 담으려 했다는 점일 것 같다.


이 뒤는 아트스펙트럼2022.

나는 여러작가의 옴니버스식 전시가 좋다. 모든 작품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관람이 풍부해지고 여러 작가의 작품중 마음에 드는 전시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만 리움의 이번 아트스펙트럼2022에서 아쉬웠던 점은 차재민 작가의 제자리비행의 소리가 전시장 전체에 울려 다른 작품을 감상할때 다소 신경쓰이게 하는 부분이다.

차재민 작가의 제자리 비행. 의도한 바를 알기 어려운 작품이다. 화면에 나오는 잼민이 친구가 내는 비행기 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매운다.

차재민 작가의 네임리스 신드롬. 상영 중간부터 관람하여 전체를 본것은 아니지만, 내용 중에는 젠더와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문득 젠더리스를 지향하는게 더 예술적인 것인지, 각각의 성(性)을 지향하는게 더 예술적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전현선 작가의 위로 자라는 그림. 작품 상단의 초록색 여백이 마치 자라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소목장세미 - 체력단련활동장. 정말 체력단련에 쓰일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이 작품이 아트스펙트럼에 선정된 이유를 나는 바로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을 둘러싼 세개의 디스플레이에선 이 작품의 실제 활용 모습과 제작 과정이 상영된다.


아래는 이번 전시의 가장 흥행작이 되리라 확신하는 김정모 작가의 시간-예술 거래소이다. 관객 참여형의 이작품은 상당히 참신하게 느껴졌다.

명판이 고급지다.

입구의 대기표 발급기. 이것도 이작품의 일부이다. 꼭 번호표를 뽑아야 관람이 가능하다.

거래소 내부로 들어가면 안내직원이 계약서 작성을 돕는다. 거래소 내부 진입 전의 대기 시간만큼 이 예술작품의 지분이 주어지는데, 공짜라면 뭐든 좋다.

작성한 계약에 따른 지분소유증명서. 퀄리티가 우수하다.

작성을 하고 나면 좌측의 진열장에 전시된다. 아쉽게도 내 증명서는 가운데 증명서 뭉텅이와 함께 놓여졌다.
계약서 전문. 실제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니 작품이 더 익살스럽게 다가온다.

출구의 시계 장식. 살바도르 달리 풍의 늘어진 시계가 눈길을 끈다.



다음 작품은 박성준 작가의 가화만사성. 신변잡기적인 소리가 재생되고, 혼란한 조명이 연출된다. 나는 방으로 구성된 작품 내부에서 여러 소리와 조명의 번쩍임을 겪자니 다소 무서움을 느꼈다. 나는 안무서운 작품이 더 좋다.

작품의 입구. 작품과 잘어울리는 소재와 디자인의 문이다.
작품 내부의 구성. 앞에 보이는 문은 나가는 문이다. 작품 내부로 들어서면 학창시절 의자가 하나 놓여있는데, 내부를 돌아다니며 5분 내외 동안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부는 여러 물건들이 배치 및 구성되어 있음에도 관객에 대한 통제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듯 했다. 상영시간동안 작품이 관객에 방치되는 셈 같다고도 느껴졌는데 리움 미술관을 방문할 정도의 관객의 교양에 대한 믿음이 아닌가 싶다.




관람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전시의 모든 영상 작품을 처음과 끝까지 전부 관람한다면 2시간도 넘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예술에 대한 식견이 아직 높지 않은 나로서 다소 싱거운 작품들이 있었지만, 관객 참여형의 작품은 아주 흥미로웠고 아직까지도 머리속에 좋은 잔상이 남는다. 즐겁게 관람하고 작품 지분까지도 얻었으니 1석2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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