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밌는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면서, 근래에 영화를 아주 많이 보기 시작했다. 닥터스트레인지를 시작으로 범죄도시2, 브로커, 탑건, 마녀까지.. 2년간의 영화 암흑기를 거쳐 그간 기다려온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넘쳐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즐겁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영화업에 종사하게 되었으니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느때보다 높다.
일련의 영화 관람을 두고 내심 가장 기대하고 있던 작품은 헤어질 결심이다.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칸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다.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고 작품이 꼭 우수하지는 않는다고 느껴왔다. 최근에 리뷰한 티탄이 그랬고,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로커도 영화자체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브로커는 작품에 대한 수상도 아니었기에, 수상이 더욱 작품의 우수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할수 있을텐데 헤어질 결심의 경우에 보다 영화에 가까운 감독상이었기에 더 기대가 됐다. 후에 찾아본 박찬욱 감독의 1시간여 인터뷰 영상에서는 박찬욱 감독은 당연히 황금종려상을 기대했다고 한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은 상당한 깊이와 여운이 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탕웨이의 연기이다. 단한명의 주인공을 뽑자면 화면 비중이 가장 많은 박해일 배우겠지만, 탕웨이의 알듯말듯한 감정선을 표현한 연기는 아직까지도 소름이 돋는다. 결국 극중 서래(탕웨이 역)가 해준(박해일 역)을 진심으로 좋아했는지는 알길이 없다. 유명 비평가중 일부는 서래와 죽은 두명의 전 남편은 가짜 사랑을, 해준와는 진짜 사랑을 의미한다고 분석을 하지만 내가 보기엔 서래가 해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 처음 해준이 서래를 잠복하며 관찰할때 서래는 우는 척하지만 사실 웃었다. 이때 해준은 드디어 우는구나 했다. 서래 웃음의 의미는 두가지가 아닐까. 사실 자신이 기도수(전 첫째 남편)을 죽였음을 속이고 있다는 비웃음, 해준이 어쩐지 자신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음을 느끼는 비웃음. 그리고 다음 이유는 해준이 소래의 처음 범죄를 깨닫고 증거물인 핸드폰을 버리라 말하려할때, 서래가 몰래 녹음 버튼을 키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은 장면이다. 훗날 증거로서 세상에 공개되면 해준은 정말로 붕괴에 이를 수 있는 증거품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이야기하는 문제제기(서래가 해준을 정말로 좋아했는지)는 사랑이 단순이 상대방을 내곁에 둠을 넘어서, 그 사람이 진정 행복에 다다르고 무너지지 않게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해준은 소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평온한 삶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형사로서의 직업 윤리는 흔들린다. 이런 해준을 서래는 최대한 이용해가면서, 자신의 범행에 대한 혐의를 무죄로 만든다. 서래는 해준을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라, 해준과의 감정을 자신의 범죄 은닉에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사랑이 상대방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붕괴되고서라도 곁에 두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서래는 해준을 정말로 좋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끝에 서래는 해준을 떠나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서래는 결국 두건의 범죄를 해준을 통해 처벌없이 넘어갈 수 있게되었다. 내가보기에 서래와 해준의 사랑은 소래와 전남편들간의 가짜 사랑과 대비되는 존재가 아닌, 또하나의 가짜 사랑인 것이다.
빠지면 안되는 사랑 또는 호감을 조금이라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짜 마음이 어떤지는 알수 없는채, 상대방을 붕괴하게 만드는 마성의 모습을 탕웨이는 너무 능수능란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너무 흥미롭고, 다회차 관람까지도 하고 싶은 마음이든다. 하지만 가볍지 않은 영화이기에 아주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총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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