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을 접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학생때는 공부하느라 바빴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마땅히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여차하여 시간이 많아진 김에 청주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재밌게 본 기억을 살려 어디든 미술전시회를 가보고자 했다.
최근 리움미술관이 재개장 한 것이 미술 관람계에는 가장 핫한 이슈인듯 했다. 그러나 예약이 가능한 14일 동안의 기간 모두 매진되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을까 하다가 유명한 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하기로 했다.
예술의전당은 남부터미널 5번 출구로 나오면 머지 않은 곳에 있다. 그간 서울에 살면서 한번도 오지 않았는데 와본다는 자체에 의의가 있었다. 처음 가보는 예술의전당 안에는 한가람미술관이라는 별도의 미술 전시회 공간이 있었고, 내가 방문한 기간 동안에는 MANIF26!2021 SEOUl 전시 기간이었다. 다녀와서 알게되었는데 MANIF는 여러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이루는 아트페어 형식으로 전시로서, 26년 동안 이어져온 역사 깊은 전시 행사라고 한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언제적 MANIF냐는 평가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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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들이 출품을 하는 아트페어 형식이어서 그런지 티켓에는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의 작가 1인을 적어서 투표하도록 되어있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전시의 작품들을 좀더 유심히 들어보게 되는 장치가 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슥 훑어보고 지나가는게 아니고, 이 작품이 내게 마음에 드는지 나한테 왜 좋은 느낌을 가져다 주는지 한번더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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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도 내가 그간 봐왔던 전시회와는 달리 작품마다 가격표가 같이 붙어있었는데, 작가마다 가격표를 붙이는 방식도 모두 다른점도 흥미로웠다. 거의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마다 조그맣게 작품 제목, 소재, 사이즈, 가격이 적힌 태그를 붙여 놓는가 하면, 가격표를 별도로 한데 모아놓은 작가도 있었다. 어떤 작가는 각각 140만원인 3개의 작품이 하나의 세트를 이루는 작품을 한꺼번에 사면 300만원에 판다는 표시는 해놓았다. 그리고 가격표를 유심히 보며, 300만원, 200만원 이런식으로 딱딱 떨어지지 않고 290만원, 190만원 이런식으로 마케팅 기법으로 쓰일 만한 가격을 붙여 놓은 점도 작가의 현실적인 고민이 담긴것 같아 흥미로웠다. 작품에 이런식으로 가격표가 붙는 것은 장단이 있는듯하다. 비싸다고 해서 더 가치가 높아지기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작가의 작품들에는 줄줄이 빨간 스티커가 붙은가하면, 그렇지 않은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예술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에 들었던 몇가지 작품을 소개한다.
처음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인왕산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 각각의 색깔은 계절을 나타낸다. 초록색과 파란색을 보며 봄-여름의 인왕산을, 빨간색과 노란색을을 보며 단풍진 인왕산을, 하얀색을 보며 겨울의 인왕산을 떠올리는 식이다. 작품의 제목없이 이 작품을 봤다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지 몰랐다.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둘러보며, 작품에 제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작품의 제목은 작품을 극대화 시키는가 하면, 어떤 작품의 제목은 작품이 가진 감흥을 김빠지게 했다. 제목도 작품의 일부인듯 하다.
나는 가장 인상깊었던 작가로 김주철 작가를 뽑았는데, 점으로 표현한 깔끔하고 따뜻한 색감의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요코하마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몇번을 다시 서성이다 돌아와 사진을 찍었다. MANIF 전시회의 페어형식 특성상 각각의 작가 부스에 작가 혹은 작가 문하생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자리해 있었는데, 작가로 추측되는 사람이 자리해 있으면 사진 찍기에 괜히 더 눈치가 보였다. 작품을 애지중지 만들어 냈을텐데 사진으로 날름 담아가버린다는게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너무 맘에 들었기에 사진을 찍지 않을수가 없었다. 가격이 200만원인데, 마음 같아서는 사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김주철 작가의 명함에 이 작품이 들어가 있었다. 그만큼 작가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 중 하나라는 소리가 아닐까 해서 사진으로 담았다. 동경의 레인보우브릿지는 내가 다녀와본 곳이기도 하다. 동생과 이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을 타며 사진을 찍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오다이바라는 곳을 가는 길이었는데 도착해서 잠시 동생과 투닥거리기도 하였다. 그래도 그날은 찜질방을 닮은 유명한 온천을 다녀온 기억이 너무 아름답게 남아있다. 나는 일본의 분위기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일본의 모든 부분이 좋다고는 할수 없지만 실용적이면서도 감성있는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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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2층과 3층으로 이어졌는데, 8천원의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를 넘어 다소 집중력이 달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전시회의 뒷부분에 배정받은 작가는 다소 불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처음 간 서울 예술의전당 관람이었고 혼자서 처음 간 미술 전시회였는데, 이렇게 글을 남기고 보니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고 예술의전당 근처 태평가라는 복 요리집을 들렀다. 애초 햄버거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복국 9천원이라는 간판에 혹했고 빠르게 찾아본 평점도 준수한 듯하여 즉흥적으로 들렀다. 밥 따로하여 1만원이었는데 계산하면서 나오며 너무 잘 먹었다는 얘기를 할정도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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