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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PSVT- 전극도자절제술 후기

by 보이저2호 2022. 5. 7.

연세 세브란스 병원 심혈관병원 앞 벤치 앞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다사다난한 한해이다.
지난 금요일 나는 부정맥 치료 시술인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았다.
나도 인터넷 후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남긴다.


처음 PSVT 증상을 느꼈던 것은 중학교 3학년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머리가 핑 돌았고 몇분간 고생하는 차에 이내 괜찮아 졌다. 이후 고1때 정확히 어떤 경위 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받았고, 운동부하 검사와 24시간 홀터 검사를 받았지만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PSVT 증상이 매우 특징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병명이 이야기될 수 있었던 것 같은 점은 아쉽다.

PSVT의 특징적인 증상은 느닷없이 심장박동이 빨라졌다가, 언제그랬냐는 듯 괜찮아지는 것이다. 나는 오래동안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고, 5년전 회사 야유회에서 갑자기 증상이 생겨 응급실에 실려간 뒤로는 줄곧 증상이 있었다. 당시는 너무 오랜만의 증상이였고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 혈류 과다로 뇌쪽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나 스스로 구급차를 콜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PSVT 증상 발생시 혈압은 오히려 낮아진다고 한다. 내가 하는 설명에 따르면 심장에 피가 장전되기 전에 공회전을 하기때문이다.

아무쪼록 나는 PSVT 라는 확실한 증상명을 알았고, 이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전극도자절제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고, 빨리 뛰는 증상을 잠재울수 있는 몇가지 요령(발살바호흡법, 관상동맥 지압법, 안구 압박, 찬물 세수 등이 있지만,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닌것 같다)을 배웠기때문에, 수술이 아닌 시술임에도 적용 부위가 심장이라는 부담감으로 이때는 시술을 미뤘다.

지난 겨울 난 안면부 열상을 당한 뒤로,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연장선상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또 언제가는 꼭 시술을 받아야할것 같았기에, 최대한 빨리 받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5년전 증상을 알게된 곳은 고려대 병원이였지만, 전극도자절제술이 비교적 간단한 시술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는 고려대병원을 고수하기보단 현재 거주지와 가까운 연세대 병원을 택했다. 후에 알게되었지만 내게 시술을 해주신 이문형 교수님은 심장 분야에 아주 명의로 꼽히시는 분이다.


시술후기

입원 첫날

시술을 위한 입원 기간은 2박 3일이다. 입원 약 일주일 전에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첫날 입원 이후에는 몇가지 피검사와 소변 검사를 하고, 추가적인 심전도 검사 받는다. 그리고 카데터 삽입 부위 주변을 면도하고, 담당 의사 분으로 부터 시술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몇몇 사항에 다한 동의서를 작성한다. 입원을 한 당일까지도 당장 아프거나 치명적인 증상이 아님에도 꼭 시술을 받아야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에도 지난 세월 간 지속적으로 이 증상이 내 삶에 불편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 시술을 거치기만 하면 그런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라.

몇몇 후기로는 말이 시술이지 결코 간단치 않다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카데터 삽입을 위한 허벅지 마취과정, 부전도로 절제 과정에서의 통증에 관한 얘기가 많았고 훨씬 적은 비율로 통증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고 잠이 쉽게들지 않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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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당일

시술 8시간 전 부터 금식이다. 시술 후 약 4시간 가량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나는 훨씬 전 부터 식사량과 음료 섭취를 줄였다. 이른 아침 나는 시술 실행을 안내받았고, 오래지나지 않아 시술실로 향했다.

처음 안내와 달리 나는 허벅지 양쪽 뿐만 아니라 우측 쇄골쪽으로도 관을 삽입했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듣지는 못했지만 혈관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 쇄골하정맥을 통하기도 한다고 한다.

예상과 같이 허벅지 마취 과정은 무척 아팠고, 쇄골부위의 마취 과정의 고통은 더했다. 다들 그렇다고 하듯이, 견디지 못할 정도의 고통은 아니다. 소리를 지를 정도는 아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흐느낄 정도의 고통이었다. 관을 삽입하는 것은 내겐 의외로 큰 고통은 아니었다.

모든 관이 삽입된 뒤, 내 심장 구석구석을 자극하며 PSVT가 유발되는 부위를 찾는다. 역시나 특정 부위에서 빠른 박동이 유발되었고, 카데터 절제술을 하기위해 수면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세브란스 병원 내에서도 시술 방법은 교수님들 마다 조금씩 다른 듯했고, 수면 유도가 필수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쪼록 시술은 끝났고, 익히 들었던 4시간 부동자세 지혈을 경험했다. 고맙게도 옆에서 동생이 수발을 들어줬고 식사와 기타 도움이 필요한 행동은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나의 경우 쇄골 부위도 시술 대상 부위였기에 불편감이 더했다. 기나긴 4시간 이후에 다행히 더이상의 출혈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쇄골 부위 및 허벅지 부위의 통증이 남아있어 거동이 매우 불편했다. 특히 쇄골 위쪽 드레싱으로 인해 목이 너무 간지러운 것이 가장 힘들었다.


입원 마지막날

아침에 심장 부위에 대해 X-Ray 촬영을 거쳤다. 심전도 검사를 한번 더 했고 혈압을 주기적으로 쟀다. 전날보다 시술 부위 통증이 훨씬 덜해져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퇴원은 아침에 했다. 감사하게도 PSVT 전극도자절제술에 대한 나의 진료비 본인부담분은 60만원이채 되지 않았다. 수많은 의료진의 도움과 내가 겪은 인고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의료비에 감사한 기분을 마다할 수 없었다. PSVT 재발율은 1%정도라고 안내받았다. 그간 느꼈던 불편함와 불안감을 해소해서 좋았다.

쇄골 부위의 드레싱은 퇴원 다음날 제거해도 되고, 허벅지 부위의 드레싱을 3일 뒤에 제거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시술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많은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수술아닌 시술을 겪으면서도 이 난리를 겪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맞이 하게 되었다. 이 시기를 겪으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다름이아닌 가족이 최고라는 점이다. 이 점을 잊지 않아야겠고, 이문형 교수님을 비롯한 나를 돌보아주신 여러 의사, 간호사님들께 존경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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