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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바빌론 리뷰

by 보이저2호 2023. 2. 12.

 

<바빌론>은 좋은 영화다.

정신없지만 단 한명의 캐릭터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의 역사에 이야기의 서사를 담은 것은 참신하다.

무려 세시간이 넘는 영화이지만 <아바타2>와 같이 지루하게 영화를 늘여 놓은 부분이 없다.

 

자극적이고 정신이 없지만, 자극만을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1920년대 무성영화 중심의 할리우드의 퇴폐적인 분위기. 실상은 더 자극적이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기에 빛을 잃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마는 잭콘래드(브레드 피트). 태생적으로 고상하지 못하고 도박에 빠져 스스로 발목을 잡는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넬리 라로이를 사랑해서 곁을 계속 맴돌다 그녀가 파멸지경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사랑을 고백했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어느 한명의 비중도 작게 다뤄지지 않고 인물의 감정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조금 더 이야기 해보고 싶은 부분은 매니 토레스의 짝사랑이다.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넬리 라로이에게 사랑 고백과 청혼을 할때, 나는 넬리 라로이가 승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넬리 라로이는 그 자리에서 승낙을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매니 토레스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넬리 라로이는 사라져 버렸고, 둘은 영영 헤어지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넬리 라로이는 매니 토레스를 좋은 사람, 친구로 생각해왔지만 이성으로 대한 적은 없다. 매니 토레스의 호감은 일방적인 것이었고, 넬리 라로이는 잠시 사랑을 승낙한 것 처럼 행동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넬리 라로이가 안정적이고 행복한 때, 진지하게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매니 토레스에 대한 사랑에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으리라 나는 생각했다. 인상적인 점은 둘 사이의 호감의 정도와 매니 토레스의 짝사랑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되는 것이아니라 인물들의 은근한 감정 묘사와 분위기로만 전달된다는 점이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회한을 뒤늦게 느끼고 흐느껴 우니 매니 토레스의 눈물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세시간이 넘도록 마무리를 어떻게 끌고갈지 끝까지 흥미를 유지하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씬이 없게 느껴지도록 하는 이 영화는 걸작이다. 영화 찍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 요즘 시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무성영화에서의 유성영화로의 전환기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로 다룬기에 충분해보이기 까지 하다. 

 

작년에 내게 최고의 영화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라면, 올해는 2월에 벌써 <바빌론>을 만난 것 같다. 공교롭게도 영화 막바지에 이 영화 둘은 화면이 마구 전환되며 감상에 젖게되는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세시간이 넘는 이 영화를 다시 영화관에서 보게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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