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않은 SF 수작을 만났다. 정확히는 SF 장르적 특성이 아주 우수한지는 모르겠으나 스토리와 메시지가 너무 좋다.
정이(김현주役)는 전쟁영웅 윤정이 팀장의 복제품인 AI 전투 머신이다. 그 전투 머신 프로젝트 팀장은 그의 딸 윤소현 팀장(故 강수연役)이다.
정이를 최고의 전쟁머신으로 발전시키고자, 윤정이 팀장이 최후를 맞이한 전투를 무수히 반복해 훈련시켜 보지만 정이는 같은 시점에서 의문의 열쇠고리에 시선을 뺐기며 총알을 피하지 못하고 반복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열쇠고리는 딸이 주었던 것이었고, 잃어 버렸다고 생각해서 내내 윤정이 팀장이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 후에 밝혀진다.
윤소현 팀장은 그런 자신의 어머니 복제품에게 모성애를 의도적으로 제거하여, 목숨을 잃지 않도록 수정한다. 모성애를 지움으로서 정이와 윤정이 팀장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정이는 그렇게 자유를 얻고 크로노이도 연구소를 탈출해 자연으로 나아간다.
모성애를 지움으로서 어머니는 자유를 얻는다. 신선한 매세지였다. 아버지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리고 일부를 제외해야겠지만,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을 잉태함과 동시에 자신을 속박하는 의무를 지게된다. 자신을 인생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 모습을 모성애를 지워 자유와 생존을 얻는 정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너무 잘 보여준다.
그리고 놀라운 스케일의 SF 장르적 특성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정이]는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소재를 억지를 끌어쓴 것도 아니고 영화와는 무관한 SF 표현력을 남발한 것도 아닌 적절한 정도로 SF 장르를 활용하고 있다.
[정이]는 20여년 전 영화인 [아이로봇]을 연상 시킨다. 정이 로봇 속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숨기는 자유의지 정이의 모습은 [아이로봇]의 아래 장면을 오마주한 것 같다.
딱 필요한 만큼의 SF. 아마도 가장 우수한 우리나라 SF 작품,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그리고 기대하지 않아 더 반가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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